그간 공간 디자인 분야에서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오랜 기간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 고민해오면서 공간 사용자의 편익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기본을 잃지 않았다. 무조건 값비싼 자재를 쓰는 겉치레 고급 인테리어가 아닌 문화적인 요소를 반영한, 보다 가치 있는 디자인을 만들었다. 상공간 디자인의 목적이 사업 성공에 있는 만큼 건축주와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중요하다. 업주의 사업목적과 운영 계획 등에 대한 방법론을 충분히 논의한 후 스토리텔링을 접목해 보다 가치 있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대중화되고 대량생산된 재료로 그저 깨끗하고 예쁘다는 느낌만 전하는 것이 아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해 잘 다듬고 변형시켜 활용해 낯설지 않은 정감으로 표현했다.




 
Q. 최초 디자인 컨셉은 어떤 의도였나?
 
A. 루미가넷 웰리스 바를 맡으면서 처음부터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10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었어요. 10년이란 건 10년이라는 어떤 한정된 시간이 아니라 긴 시간, 아주 긴 시간을 말하는 거에요. 유행에 치우치거나 과도하게 멋을 부려서 잠깐 반짝이고 예쁘지만 금세 질려버리는 디자인이 아니라 지금 봐도 좋고 내년, 내후년, 10년, 20년,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익숙해지는, 그러면서도 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랐어요. 우선 가장 크게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진행했죠. 그리고 네일 아트와 카페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모든 걸 통합하는 의미로서의 어떤 ‘놀이터’와 같은 곳으로 만들고자 했어요. 시간이 되면 들러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기를 바랐죠.





 
Q. 클라이언트가 바랐던 의도도 마찬가지였나?
 
A. 루미가넷 웰리스 바가 어떤 놀이터처럼 주변 분들이 쉽게 찾아와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이곳에서 어떤 커뮤니티처럼 대화와 문화가 일어나길 바라셨죠. 예전 프랑스의 살롱 문화처럼 말이에요. 루미가넷 웰리스 바 프로젝트를 하면서 클라이언트와 시장을 많이 다녔어요. 영화도 같이 보고, 칼국수를 먹는다거나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고요.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으며 대화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렇게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어떤 공간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추구하는 방향 같은 것을 서로 확인했죠. 서로 믿을 수 있고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렇게 프로젝트가 진행됐기 때문에 서로의 의도와 이야기, 의미가 잘 통했어요. 물론 다른 프로젝트도 마찬가지고요. 



 
Q. 10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 늘 새로운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가?
 
A. 10년이 지나도,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란, 제가 생각하는 그런 디자인은 이런 거에요. 아주 쉽게 얘기하자면, 지금 누군가, 어떤 연인이 이 장소를 찾았을 때, 지금 그들에게 편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또 어느 날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이 장소를 찾았을 때,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편안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이야기와 의미가 깃든 소중한 장소로 여겨지기를 바라는 거에요. 조금 어렵게 말하자면 재료와 형태가 가진 물성이 비물질성으로 완숙해지는 디자인이에요. 다시 말하면 모든 재료와 모든 형태에 스토리텔링이, 의미와 가치가 함께하는 거죠. 왜 어떤 재료가 어떤 형태로 어떤 곳에 있어야만 하는지를 따지는 것은 물성과 물질에 집착하는 태도에요. 하지만 이 재료가 이곳에서 이런 형태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또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그건 비물질성의 차원으로, 다른 수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하는 거죠. 




Q. 그렇다면 질리지 않고 편안한 장소를 만드는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A. 보시다시피 구석구석에 쓰인 재료들을 보면 아주 익숙한 재료들이에요. 돌, 나무, 철, 종이 같은, 당연하겠지만 아주 익숙한 재료들이라 어색함이나 낯선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요. 또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동양과 서양의 디자인적 요소들이 곳곳에서 어우러져 있어요. 물론, 우리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모습으로요. 조명은 서양의 전구와 동양의 특히 한국의 한지를 함께 써서 은은하게 만들었고요. 구석구석에서 빈티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 자연스럽지만 우아한 느낌, 익숙하지만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여기 테라스를 보시면 이 벽돌과 바닥, 잔디가 매일 매일 느낌이 달라요. 비가 오면 벽돌 색깔이 변하면서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되기도 하고, 아침이면 잔디에 이슬이 맺히기도 해요. 제가 이곳에서 표현한 늘 익숙하면서 매일 새로운 디자인이란 그런 거죠. 그리고 이런 이야기와 의미가 재료에 담겨있을 때, 그리고 그런 의미가 사람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공간이 그리고 재료와 형태가 비물질적으로 완숙해지는 거죠. 이런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야 질리지 않고 편안한 장소가 될 수 있어요.




 
Q. 공간이 굉장히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이런 멀티-퍼포스 공간을 만들면서는 어떤 고민이 있었나?
 
A. 하나의 공간에 카페가 있고,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네일이나 어떤 뷰티를 위한 공간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는 곳이에요. 또 세미나나 강의 같은 이벤트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가끔은 주변 학교의 학부모님들이 모여서 어떤 행사를 하기도 해요. 정말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고 여러 가지 목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이죠. 물론 처음부터 그런 의도가 있었고, 그런 목적으로 쓰이길 바란 면도 있고, 그래서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공간의 중심이 되는 곳은, 지금 보기에는 카페 같기도 하고 네일 바 같기도 하지만 좌석 배치를 조금만 바꾸면 세미나나 교육, 심지어 레스토랑이나 파티장으로 쓰기에도 충분한 공간이죠. 파티를 열 수도 있어요. 또 그 주변 공간은 지금은 역시 카페처럼 보이지만 어떤 전시공간이 되기도 하고요. 모든 공간이 지금의 원래 용도에 충실하되 얼마든지 다른 공간으로 다른 목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앞에 말했지만, 그런 모든 용도와 목적을 저는 ‘놀이터’라는 하나의 의미로 봤어요. 놀이터에 있는 흙으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었잖아요. 누구라도 편안하게 들어와서 쉴 수 있는 공간, 친구와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 마음 편히 여유 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기본적인 목적 안에서 다른 다양한 목적성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Q. 어떤 ‘여유’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을 강조하는 것으로 들린다. 디자이너로서 생각하는 ‘여유’란 무엇인가?
 
A. 여유라는 건, 이 공간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실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이기도 해요. 너무 빠르고 각박하고 타이트한 세상에서 내 디자인으로, 내 디자인으로 완성된 공간으로 세상에 여유를 더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여유란 그래요. 어떤 조각미남, 조각미녀를 보다 보면 조금 지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데 조각미남보다는 조금 모자라 보이지만, 어떤 훈남, 훈녀라 그러죠,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여유로운 디자인이란 그런 거에요. 완벽하게 대칭적이고 완벽하게 예리해서 작은 흠만 생겨도 못나 보이는 그릇이 아니라 조금은 투박하지만 깨지거나 이가 나가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투박한 질그릇이 그렇잖아요. 그런 디자인을 추구해요. 사람도 공간도 완벽해지기를 바란다기보다는 완숙해지길 바라는 면이 있어요.




Q. 루미가넷 웰리스 바만을 위해 가구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고 들었다. 그런 작업을 좋아하는 건가?
 
A. 루미가넷 웰리스 바에서 보시면 테이블이 두 종류가 있는데, 두 테이블을 모두 제가 직접 디자인하고 직접 제작까지 했어요. 다양한 목적을 가진 공간, 하지만 기본적인 목적을 잃지 않는 공간을 위한 테이블을 생각해봤는데, 기본적으로 네일 아트를 하는 곳이고 또 동시에 카페이고 또 다른 여러 목적을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테이블을 도저히 기성품으로는 찾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쉽지는 않았지만, 아예 새롭게 디자인했죠. 이 루미가넷을 위한 테이블은 처음 디자인했던 제품 말고도 조금씩 개선해서 벌써 세 번째 제품까지 나왔어요. 점점 좋아지고 있죠. 한지로 된 조명도 모두 제가 제작한 거에요. 벽에 걸린 액자에 있는 그래픽도 그렇고요. 어떤 토탈-디자인이라고 할까요. 모든 공간의 내용과 의미를 함께 디자인하고 있어요. 심지어는 사용하는 수건, 가전제품까지 알맞은 것을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하거나 적합한 것이 없으면 새로 만들기도 해요. 그런 건 제가 공간을 책임지는 방식, 작가로서 책임감을 갖는 저만의 방식이죠. 루미가넷도 마찬가지로 작은 인테리어 소품까지 모두 제가 다 책임지고 선택했어요.​​​​​​​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공동작업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어떤 의도가 있나?
 
A. 아시겠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학생들의 열정에 자극받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배우는 점도 있고 그렇죠. 그런데 늘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론과 현장 사이에 있는 어떤 괴리에요. 학교에서 너무 이론 위주로, 교실 수업 위주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현장과 현실을 모르고 졸업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에는 늘 학생들과 공동작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제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기본이 되지만 그런 걸 바탕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반영하기도 하고요. 또 현장에 학생들과 함께 나와서 함께 작업을 진행하면서 현장의 감각을 익히고요. 자신이 직접 참여한 현장이 학생들에게는 자랑스러운 경험이 되기도 하고 어떤 역사와 의미를 공간에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공간과 대화하는 법, 공간과 재료와 사람이 함께 소통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가능하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으니까요. 이곳에서도 물론이었죠. 루미가넷에 있는 벽화, 페인팅 같은 것들은 모두 학생들이 그린 것이에요. 그만큼 시작부터 의미가 깊은 공간이 될 수 있었던 면도 있죠.
 
 
인터뷰 기사 노일영
사진 여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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